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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어버린 공식 Variation of a Formula
뒤틀어버린 공식 Variation of a Formula
디아 컨템포러리는 2025년 새해 첫번째 전시로 2025년 1월 10일부터 2월 15일까지 김원진, 양소정, 허연화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전 ≪뒤틀어버린 공식≫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이 관찰한 지점을 자신만의 시선과 매체를 통해 기존의 관념과 정의와는 다른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인다. 그리고 물리적 속성을 통해 다양한 방식들로 예술을 읽을 수 있음을 고찰한다.
다양한 매체의 발전은 인간의 감각을 확장시켜, 많은 메시지를 수용하고 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감각의 확장은 인간의 사고와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며,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또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예술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매체의 특성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이를 작품에 내재화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예술가들이 각자의 창작에서 선택한 매체를 단순히 시각적 요소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본질적인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체는 더 이상 단순한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작품의 내용과 형식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가들의 효과적인 매개체가 되어, 예술적 변주를 만들어낸다.
이번 전시 ≪뒤틀어버린 공식≫은 보편적인 예술적 양식을 작가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탈피시키는 관점에 주목하며, 매체에 집중하는 것 이상으로 예술가들이 그 매체를 어떤 의미로 다루고 있는지 탐구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김원진, 양소정, 허연화는 각자 자신만의 개념적 사유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미지를 생산하고 자신의 메시지를 표출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그들이 탐구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각자 다른 매체와 주제로 작업하고 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뒤틀어진 틈 사이로 드러나는 새로운 시각과 세계를 조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가들이 탐구하는 주제가 어떻게 사유되고 표현되는지 그 일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김원진은 시간 속에서 기록이 담고 있는 오류에 대해 주목한다. 기록의 대상을 매개체로 삼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기억과 기록의 틈 사이의 오류에 대해 탐구하며, 이면에 형성되는 새로운 의미를 고찰한다. 그의 작업은 '미세한 오류는 언어에서 비롯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기록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작업 방식의 변화를 지속하며 확장해 왔다. 활자 언어부터 시작된 그의 작업은 최근에는 음성 언어로까지 확대하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기록의 과정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낸다. 그리고 공간에 드로잉한다는 개념 아래, 기록 속 미세한 오류의 구성 원리를 다양한 방식의 작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서사적 구조를 만들어 간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서사의 출발점이 되는 평면 드로잉을 만나 볼 수 있다. 신작 '아른거림의 어른거림 (Heat Shimmer in Shimmering Heat)'은 언어와 신체, 시간 사이에서 발생하는 잔상과 변화를 탐구한 작품이다. 아지랑이를 기록의 은유로 삼은 작품은 매체 간의 미세한 어긋남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작은 떨림(아른거림)이 점차 큰 흐름(어른거림)으로 확장되어 가는 우연성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형태와 의미에 대해 고찰한다.1 예술은 개념적 사유에서 출발해 물질적 구현(작품)으로 귀결된다. 작가는 개념적 사유에서 출발해 물질화하며 발생할 수밖에 없는 미세한 오류들이 생겨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와 의미를 만들어내며, 다시 회화로 귀결되는 지점을 찾는다. 기록이 신체를 경유하며 지속적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반복적인 행위와 시간의 흔적을 재조합하여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고정된 의미를 탈피하며, 새롭게 구성된 의미를 가진 물질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이러한 실험 작업 과정을 통해 오류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그 틈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풍경과 리듬을 받아들이고자 한다. 2
양소정은 일상의 사물에서 형태를 건져낸다는 개념 아래, 사물의 형상을 관찰하고 탐구한다. 특히 작가는 사라지는 과정 속의 순간적인 이미지와 곧 버려질 사물의 형태에 주목한다. 이렇게 포착한 사물들은 사회적으로 부여된 기능과 성격을 소거하고, 평면적 공간에서 구조화하여 시각적 감각에 집중시킨다. 사물의 경계와 공간적 구조물들은 하나의 캔버스 안에서 서로 다른 의미를 띤 채 관계를 맺고,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간다. 그리고 유희적 상상력을 통해 사물들을 새로운 맥락으로 옮겨 놓음으로써,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사물의 이면을 환기시킨다. 또한 작가는 사물의 형태를 포착하고 형상화하는 순간을 이미지로 전환하는 과정, 즉 드로잉이 회화적 공간으로 안착하는 과정을 함께 고찰하며, 이를 나무조각 형식으로 확장한 작품을 선보인다. 윤곽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나무 조각 작업은 회화와 결합하여, 예술적 제작 과정을 가시화함과 동시에, 형상의 자율성을 획득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
최근 작가는 사라지는 물질적 속성을 지닌 소재 중 물이나 얼음처럼 형태가 고정되지 않는 유동적 결정체에 관심을 가지며, 이를 순간적인 형상을 포착하여 세밀하고 섬세한 마블링 기법으로 이미지를 표현하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신작 'Untitled(사물 모양)'에서는 3점의 캔버스 연작을 통해, 캔버스와 캔버스 사이의 여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함축적이고 생략된 표현을 가능케 한다. 이러한 여백은 관람자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유추할 기회를 제공한다. 작가는 사물의 관찰과 재구성을 통해 물리적 법칙을 탈피하며, 공간을 구성하는 실제 요소들이 어떻게 회화적 형태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사물의 경계를 허물고, 회화적 언어로 변환하면서 일상적 사물의 감춰진 가능성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과정으로 그려나간다.
허연화는 작품을 통해 주요 주제인 '물'을 탐구하며, 물리적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는 실험적인 접근을 선보인다. 작가는 물에 대한 관심과 예술적 실험을 통해 몸으로 경험한 촉각적 기억을 시각적 및 청각적 자전적 경험으로 확장하고, 물의 유동적인 특성을 조각과 회화, 설치 작업을 통해 다양한 매체의 경계를 허물며 하나의 서사적 구조로 엮어낸다. 이러한 작업은 물의 흐름과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예술적 실천을 통해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는 감각적 상태를 탐색한다. 그리고 자연과 사회의 관계를 성찰하고, 예술적 언어로 이들의 상호작용을 형상화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Cycle-Black Coral'시리즈는 '퇴적과 변주'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작업을 구성하며, 물속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경계 없는 감각을 추구한다. 변화와 유동성을 내포한 상태에서 산호초와 같은 생태적 확장을 작품에 끌어들여, 자연과 인공의 순환적 관계를 함께 탐구한다. 특히, 조각 작품에서는 산호와 광물 등 산업적 재료가 결합하여, 인공과 자연의 요소가 상호작용을 하며 매체의 새로운 맥락을 창출하고자 하는 의도가 드러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물리적 형식과 의미를 넘어서, 자연의 흐름과 인간의 개입이 얽힌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한다. 그리고 물질적, 감각적 변화를 통한 예술적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예술의 규칙과 시선을 해체하고 뒤틀며,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과 잠재성을 탐구하는 여정이다. 세 명의 작가는 각자의 작품세계를 이루는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예술에서 고정된 공식을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한다. 그리고 규칙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창작 과정을 통해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는 자신만의 예술적 공식을 찾아가는 현재 진행형의 과정으로, 고정된 개념을 끊임없이 전복하고 다시 예술로 귀결시키는 확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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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원진, 작가노트, 2024
2. 위의, 작가노트,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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